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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아픈봄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4/08
 
아픈 봄비
 
오이풀


봄비가 주절주절 내린다.
땅에 물기가 생긴다는 청명도 지나고 한식도 지나고 나무 심는 날도 지났다.
텃밭 땅고르기를 하고 거름을 주고 씨앗을 뿌릴 즈음이다.
예전 같으면 적기에 찾아 온 이 봄비는 얼마나 반가운 님이던가. 
 
방사능 봄비가 주절주절 처량하게 내린다.
세차게 내리는 비도 아니고,  소근 소근 속삭이듯이 그래서 지치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내리고 있다.
제주도에는 세슘 비가 내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 일이 아니면 정말로 죽을 때까지 들을 일도,
알 일도 없는 정말 생소한 용어. 세슘. 
낯선 말이 일상적으로 반복적으로 들리면서,
우리는 전문용어를 또 하나 아는 것 같지만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용어가 그들만의 것일 수 없을 때,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의 실체와 진실을 알아야만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 세상을 현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 우리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땅이기 때문이다.
같은 하늘, 바다, 땅에서 내리내리 잘 살아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바람의 흐름도, 비의 내림도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비전을
보이고 해결할 것 같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서둘러 알아차려야 할 절실한 때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상상력의 바탕이 '자연과 그 안에 어우러진 사람의 삶'보다는 
'소비적인 생활'에 맞추어져 있었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 멋지게, 더 편리하게, 더 빨리, 더 멀리, 더 환하게, 더 따뜻하고, 더 시원하게!
더 많이 쓰고, 쓰기 위해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버린다.
차가 많으니 더 많이 도로를 만들고, 다니기 쉬우니 더 많이 다닌다.
단지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주말마다 전국을 누비고 다니기도 한다.
우린, 내가 경제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가족끼리 전국의 구석구석을 더 많이, 더 자주 다녀야만,
여가생활을 잘하고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웃과 함께 가는 것은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진다.
이런 단편적인 개인 소비 양상들이 극대화되고,
이를 부러워하며 사람들의 욕구는 온통 돈에 집중한다.
 
경제 활성화를 내걸면 귀가 열린다...
경제활성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내세웠으니 
그 과정상에 어떤 가치도 수용할 마음이 생긴다...  
돈 많이 벌어 잘 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수용하고 용서할 수 있다... 
그래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은 오로지 경제활성화를 위해 올인한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머리 좋은 사람들에게
세금으로 비싼 용역비를 치루고 머리 싸매고 연구하게 한다.
 
많아야 상위 10%를 제외하고 50%는 한달한달 그럭저럭 먹고 살고
40%는 쥐어짜며 먹고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경제 대국이며 국민소득은 2만불이라 한다. 사실이다. 그런데,
그대, 진정으로 잘 사나요.? 행복한가요.?
돈 많아도 행복하지 못하고, 돈 없어도 행복한 사람들 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것이야 어찌할 수 없어 숙명적으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자연에 역행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현재 소비구조를 맞추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로 인해 발생하는 인재지변은 실로 무서운 현실로 다가온다.
High Risk, High Return 위험하지만 효율이 아주 높다는 꿈의 청정에너지,
무한 에너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원자력 발전소이다.
전력 절약이 아니라 전력 소비의 증가에 맞추어
<에너지 무한소비> 책임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 바로 원자력 에너지이다.
 
우리나라에 21기, 일본에 55기, 중국에 13기 (현재 공사중 27기 계획중 50기)가
가동중이다. 전 세계 10대 주요국가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기 수는 350기이다.
"그 많은 발전기 중의 일부가 이번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방사능 물질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핵분열의 엄청난 위력을
현실로 마주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습니까? "
 
하늘도 바다도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요
돌고 도는 바람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내리는 비는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비가 땅 밑으로 스며드는 것을, 강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식물들이 반갑다며 생명의 물을 뿌리로 쭉쭉 빨아들이는 것을 그만두게 할 수도 없다.
물고기가 물에서 노니는 것은 생명이 존재하는 한 당연한 행위다.
우리 이렇게 살아 온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아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이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것도 아니고,
방사능 허용치수의 숫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머리가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데이터에 약하고 정보에 둔하고 전문지식에 소외되어 있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이야 
그저 그렇다니까 그리 믿을 뿐이다. 
 약간 반신반의하며 그래도 방도가 없으니 믿으면서,
그저 막연한 걱정을 조금 할 뿐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겪는 것이니 그나마 위로까지 된다.
처연한 듯 의연한 듯 '할 수 없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무리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극복한다고 해도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마주한 문제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며,
우리가 처한 현실은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해결을 위해서 각자 또는 공동체가 최대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지금 해야만 하는가'를 철저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일이 더 크게 다음에도 또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바탕에 두고 말이다.
 
세계가 지독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문제도 지독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족끼리, 이웃끼리, 지역사회에서, 나라에서,
이웃나라와 서로 살고 사는 법을 알아야겠다.
그래서 줄일 것은 과감하게 줄이고 포기할 것은 멋지게 접자.
<잘 사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까>
 매순간이 과거로 넘어가고, 과거-현재가 매순간 끝없이
이어지면서 미래의 바탕이 된다.
매순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맞이하고 있으니 "지금, 현재"가 중요하달 밖에.
지금 이 현실을 어쩌시렵니까?